자유의 독일어 어원이 인상깊다. '친구와 같이 있다'

 

어쩌면 답은 자유의 독일어 어원처럼, 단순한 삶의 모습 속에 숨어있는지도 모른다.

 

한병철 : 귀속 원리가 통하던 시대처럼 어떤 신분으로 태어나는 건 아주 편한 일이다. 태어나 신분과 직업이 정해져 있는 고향에서 살다 죽고, 나무처럼 죽을 때까지 한자리에만 있는 게 단지 ‘부자유’인 것은 아니다. 그게 오히려 자유로울 수 있다. 자유라는 말의 독일어 어원을 따라가 보면, 그 뜻은 ‘친구와 같이 있다’는 것이다. 내가 태어난 곳에서 편하고 즐겁게 사는 게 자유다. 곧 모두가 나한테 손을 뗀 상태가 아니라 누군가 내 손을 잡아주는 상태가 자유로운 상태다. 이를테면 부모님을 속박으로만 생각하기 쉽지만, 아버지가 자식을 칭찬하면 자식은 기뻐한다. 하지만 우리는 이런 칭찬이 불가능한 사회에 살고 있다. 내가 무엇을 성취해도 칭찬해주는 사람이 없다. 내가 나를 칭찬할 수 없으니까 더 많은 것을 성취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생긴다. 아버지가 ‘너 잘했다, 그만해도 된다’고 이야기한다면 휴식이 가능한데, 이런 휴식을 줄 수 있는 사회가 아니다. 자유가 폭력으로 변하는 것이다.

 

 

출처 : 한겨레 2012/5/15 기사 중 발췌

http://www.hani.co.kr/arti/culture/culture_general/53287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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